세르게이 라흐마니노프 〈Élégie Op.3 No.1〉 - 슬픔에 깊이 젖어있는 순간
목차

1. 작품의 탄생과 위치
〈Élégie Op.3 No.1〉은 라흐마니노프가 1892년, 19세 무렵에 작곡한
《환상 소품집 Morceaux de fantasie Op.3》dml cjt qjsWo rhrdlek.
이 작품집에는 오늘날 가장 유명한 <C# minor 전주곡>도 포함되어 있지만,
그보다 앞에 놓인 이 엘레지는 오히려 작곡가의 내면적 성향을 더 정확히 보여준다.
젊은 작곡가의 작품임에도 불구하고,
이 곡에는 낭만주의적 과장이나 화려한 제스처가 거의 없다.
대신 이미 한 번 슬픔을 깊이 통과한 사람처럼
담담하고 무거운 정조가 곡 전체를 지배한다.
2. '엘레지(Elegy)'라는 제목의 의미
'엘레지(Elegy)'는 원래
애도, 추모, 상실을 위한 노래를 뜻하는 용어다.
그러나 이 곡에서의 슬픔은
울거나 절규하는 감정이 아니다.
- 이미 지나간 일을 되돌릴 수 없다는 인식
- 슬픔을 받아들인 뒤의 정적
- 감정이 가라앉은 후 남는 무게
이 곡의 엘레지는 비극의 순간이 아니라, 비극 이후의 상태에 가깝다.
3. 음악적 구조 - 단순하지만 무거운 설계
형식적으로 이 곡은 매우 단순하다.
느린 템포
반복되는 반주 패턴
긴 호흡의 선율
그러나 이 단순함은
곡을 가볍게 만들기 위한 것이 아니라,
정서를 흩어지지 않게 붙잡기 위한 장치다.
라흐마니노프는 이 곡에서
테마를 발전시키기보다
같은 정서에 머무르게 하는 방식을 택한다.
그래서 이 곡은 잔잔하기보다
천천히 가라앉는다.
4. 왼손 진행과 음향의 중심
이 곡의 핵심은 오른손 선율보다
왼손의 지속적인 반주에 있다.
왼손은:
- 낮은 음역에서
- 일정한 리듬으로
- 음악의 중심을 붙들고 있다.
이 반주는 단순한 배경이 아니라
곡 전체에 중력을 부여한다.
이 중력이 있기 때문에
오른손의 선율은 떠오르되,
결코 감정적으로 떠밀리지 않는다.
5. 프레이징과 템포 - 슬픔을 과장하지 않는 법
이 곡은 느리지만, 늘어지지 않는다.
프레이징에서 중요한 점은
"슬프게 치려 하지 않는 것"이다.
- 프레이즈의 끝을 과도하게 늘이지 말 것
- 강약 대비를 감정 표현으로 사용하지 말 것
- 템포는 흐르듯 유지할 것
이 곡의 슬픔은
표현하는 대상이 아니라
이미 존재하는 상태이기 때문이다.
👉 라흐마니노프 《환상 소품집 Morceaux de fantasie Op.3》 악보
Morceaux de fantaisie, Op.3 (Rachmaninoff, Sergei) - IMSLP
⇒ 27 more: Flute • Oboe 1/2 • Bassoon 1/2 • Piccolo Clarinet (E♭) • Solo Clarinet (B♭) • Clarinet 1 (B♭) • Clarinet 2/3 (B♭) • Alto Clarinet (E♭) • Bass Clarinet (B♭) • Soprano Saxophone (B♭) • Alto Saxophone (E♭) •
imslp.org
6. 성인·시니어 학습자를 위한 연주·학습 접근
이 곡은 기교를 과시하기에 적합하지 않다.
하지만 다음과 같은 훈련에는 매우 좋다.
- 소리를 끝까지 듣는 연습
- 왼손 안정성
- 느린 템포에서의 집중력 유지
특히 성인·시니어 학습자에게
이 곡은 "잘 치는 곡"이 아니라
"감당하는 곡"이다.
그래서 이 곡을 연습하는 과정 자체가
음악적 태도를 바꾸는 경험이 될 수 있다.
7. 감상 포인트
이 곡을 들을 때는 다음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져보자.
- 이 음악은 나를 울게 하는가, 아니면 가라앉히는가?
- 멜로디가 끝난 뒤의 여백이 더 크게 느껴지는가?
- 마지막 음이 사라진 뒤, 감정이 정리되는 느낌이 드는가?
이 곡은
눈물을 유도하지 않는다.
대신 정서를 정돈한다.
👉 Lugansky - Rachmaninoff, Elegie in E♭ minor (Op. 3, No.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