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스네 <Scènes alsaciennes> 중 <Sous les tilleuls>|저녁 6시, 보리수 그늘을 걷는 두 개의 목소리
핵심 내용
- 마스네의 관현악 모음곡 7번 <Scènes alsaciennes>는 알자스 지방의 일요일을 아침부터 저녁까지 네 장면으로 그린 작품입니다.
- 3악장 <Sous les tilleuls>는 '보리수나무 아래에서'라는 뜻으로, 악보에는 "저녁 6시"라는 구체적인 시간이 적혀 있습니다.
- 멀리 울리는 종소리와 독주 첼로·클라리넷의 대화는 보리수 그늘을 걷는 연인의 조용한 사랑을 노래합니다.
목차
1. <Scènes alsaciennes>는 어떤 작품인가 - 알자스의 일요일을 그린 네 장면

1. <Scènes alsaciennes>는 어떤 작품인가 - 알자스의 일요일을 그린 네 장면
쥘 마스네(Jules Massnet, 1842-1912)는 <마농>과 <베르테르>, <타이스>로 잘 알려진 프랑스 오페라 작곡가입니다.
그러나 그는 오페라뿐 아니라 일곱 편의 관현악 모음곡도 남겼습니다.
그 마지막 작품인 <Scènes alsaciennes>는 알자스 마을의 일요일을 네 개의 장면으로 보여줍니다.
| 악장 | 원제 | 의미 |
| 1악장 | Dimabche matin | 일요일 아침 |
| 2악장 | Au cabaret | 선술집에서 |
| 3악장 | Sous les tilleuls | 보리수나무 아래에서 |
| 4악장 | Dimanche | 일요일 저녁 |
작품은 1882년 3월 19일 파리 샤틀레 극장에서 콜론 음악회(Concerts Colonne)의 연주로 초연됐습니다.
당시 각 악장 앞에는 알퐁스 도데의 글에서 가져온 회상적인 설명이 제시됐습니다.
이 작품의 알자스는 단순히 아름다운 여행지가 아닙니다.
마스네는 보불전쟁 당시 국민방위대에서 복무하며 알자스를 경험했습니다.
전쟁 후 알자스 대부분이 독일 제국에 편입되자, 그곳은 프랑스인들에게 '잃어버린 고향'의 상징이 됐습니다.
따라서 이 모음곡의 평화로운 풍경 뒤에는 다시는 예전과 같을 수 없는 장소를 향한 그리움이 흐릅니다.
2. 'Sous les tilleuls'의 뜻
프랑스어 'Sous les tilleuls'는 '보리수나무들 아래에서' 또는 '린든나무 아래에서'라는 뜻입니다.
여기서 tilleul은 유럽의 가로수와 마을 광장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린든(linden), 즉 피나무속 나무입니다.
불교의 깨달음과 관련된 인도보리수와는 다른 나무입니다.
보리수나무가 만든 긴 그늘은 유럽 문화에서 산책과 만남, 휴식의 장소였습니다.
마스네는 이 친숙한 공간을 연인의 은밀한 대화가 이루어지는 무대로 선택했습니다.
원전 악보에는 악장 제목 아래에 "Six heures du soir", 저녁 6시라고 적혀 있습니다.
하루의 열기가 가라앉고 나뭇잎 사이로 저녁빛이 스며드는 시간입니다.
음악의 느린 호흡은 바로 그 시간의 공기와 잘 어울립니다.
3. 첼로와 클라리넷이 그리는 사랑
3악장은 Adagio sostenuto, 즉 느리고 충분히 음을 지속하며 연주하도록 쓰였습니다.
이 곡의 중심에는 독주 첼로와 독주 클라리넷이 있습니다.
프랑스 낭만음악 연구기관 Palazzetto Bru Zane은 이를 두 악기가 펼치는 '사랑의 칸틸레나'라고 설명합니다.
첼로는 따뜻하고 인간적인 목소리로 먼저 마음을 꺼내 놓습니다.
클라리넷은 그 선율을 그대로 반복하기보다, 조금 다른 방향에서 부드럽게 응답합니다.
한 악기가 질문하면 다른 악기가 답하고, 잠시 함께 노래하다 다시 각자의 목소리로 돌아갑니다.
마치 나란히 걷는 두 사람이 말과 침묵을 번갈아 나누는 모습과 같습니다.
현악기는 약음기를 사용해 배경을 부드럽게 감싸고, 멀리서는 저녁 종이 들려옵니다.
이 종소리는 박자를 강조하기보다 마을의 거리와 공간을 느끼게 합니다.
그래서 이 곡은 사랑을 크게 선언하지 않습니다.
가까이 있는 두 사람의 목소리와
멀리 울리는 종소리 사이에서
사랑은 조용히 풍경의 일부가 됩니다.
4. 감상 포인트
첫째, 첼로와 클라리넷을 두 사람의 목소리로 들어보세요.
어느 악기가 먼저 말을 건네고, 상대가 어떻게 응답하는지 따라가면 곡의 서정성이 선명해집니다.
둘째, 멀리서 들리는 종소리에 귀를 기울여 보세요.
종은 전면에 나서지 않지만, 음악을 저녁 6시의 알자스 마을로 옮겨 놓습니다.
셋째, 선율보다 선율 사이의 침묵을 느껴보세요.
두 악기는 끊임없이 말하지 않습니다.
기다림과 여백이 연인의 친밀함을 더욱 깊게 만듭니다.
넷째, 모음곡 전체를 순서대로 들어보세요.
아침의 예배, 선술집의 활기, 보리수 아래의 사랑, 저녁 축제가 이어지면서 한 마을의 일요일이 작은 연극처럼 펼쳐집니다.
☞ Massenet: Scènes Alsaciennes - Suite No. 7 for Orchestra: 3. Sous les tilleuls
☞ Jules Massenet - "Scènes alsaciennes: Sous Les Tilleuls" for Oboe, Bassoon and Piano
마무리
<Sous les tilleuls>는 평화로운 전원음악이면서 동시에 잃어버린 장소를 회상하는 음악입니다.
보리수 그늘을 걷는 연인은 행복해 보이지만, 그들이 걷는 알자스는 마스네에게 이미 과거가 된 땅이었습니다.
그래서 첼로와 클라리넷의 달콤한 선율에도 설명하기 어려운 애틋함이 남습니다.
이 곡은 격렬한 슬픔은 말하지 않습니다.
대신 저녁빛, 나뭇잎, 종소리와 두 사람의 대화 속에 그리움을 조용히 숨겨 둡니다.
가장 오래 남는 기억은
특별한 사건보다 누군가와 천천히 걷던 저녁일지도 모릅니다.
마스네의 <Sous les tilleuls>는 바로 그런 저녁을 음악으로 보존한 작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