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흐 <두 대의 바이올린을 위한 협주곡 D단조> 2악장|서로를 앞서지 않고 함께 걸어가는 두 바이올린의 대화
핵심 내용
- 바흐의 <두 대의 바이올린을 위한 협주곡 D단조. BWV 1043>은 두 독주 바이올린과 현악 합주, 통주저음을 위한 바로크 협주곡입니다.
- 2악장 Largo, ma non tanto는 F장조와 부드러운 12/8박자 위에서 두 바이올린이 노래하듯 서로의 선율을 이어갑니다.
- 누가 주인공인지 겨루는 음악이 아니라, 두 목소리가 듣고 답하며 하나의 긴 호흡을 만들어가는 음악입니다.
목차
2. 2악장 Largo, ma non tanto의 특징

1. 언제 작곡된 작품일까?
요한 제바스티안 바흐의 <두 대의 바이올린을 위한 협주곡 D단조>는 흔히 '바흐 더블(Bach Double)'이라는 이름으로 불립니다.
작품은 다음과 같은 3악장으로 구성됩니다.
| 악장 | 빠르기 |
| 1악장 | Vivace |
| 2악장 | Largo, ma non tanto |
| 3악장 | Allegro |
정확한 작곡 연대는 확정되어 있지 않습니다.
바흐가 쾨텐 궁정에서 활동하던 1717-1723년경의 작품이라는 견해가 있는 한편,
현존하는 두 독주 바이올린 파트의 자필 자료는 1703년 무렵으로 추정됩니다.
네덜란드 바흐 협회도 작품의 탄생지를 쾨텐 또는 라이프치히,
작곡 시기를 1720년경 또는 1730년경으로 제시합니다.
따라서 특정 연도를 단정하기보다는, 쾨텐 시절의 기악음악 경험을 바탕으로
라이프치히에서 정리되었을 가능성까지 열어두는 편이 정확합니다.
바흐는 훗날 이 작품을 두 대의 하프시코드를 위한 C단조 협주곡 BWV 1062로 편곡했습니다.
원곡의 두 바이올린 선율이 다른 악기로 옮겨져도 얼마나 견고하게 살아남는지를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2. 2악장 Largo, ma non tanto의 특징
'Largo'는 폭넓고 느리게, 'ma non tanto'는 그러나 '지나치게 느리지는 않게'라는 뜻입니다.
이 지시는 곡의 성격을 잘 보여줍니다.
음악은 분명 느리고 평온하지만, 한 곳에 멈춰있지는 않습니다.
12/8박자의 부드러운 움직임이 물결처럼 이어지며 선율을 앞으로 밀어줍니다.
| 구분 | 내용 |
| 작품 번호 | BWV 1043 |
| 전체 조성 | D단조 |
| 2악장 조성 | F장조 |
| 빠르기 | Largo, ma non tanto |
| 박자 | 12/8박자 |
| 편성 | 두 독주 바이올린, 현악 합주, 통주저음 |
| 감상 핵심 | 두 독주 악기가 주고받는 긴 노래 |
격렬한 D단조의 바깥 악장 사이에 놓인 F장조의 2악장은 긴장이 잠시 풀리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단순히 쉬어가는 악장은 아닙니다.
두 바이올린은 서로의 선율을 받아들이고 변형하면서,
마치 한 사람이 끝내지 못한 말을 다른 사람이 조용히 이어주는 것처럼 노래합니다.
3. 두 바이올린은 어떻게 대화할까
곡이 시작되면 낮고 안정적인 반주 위에서 한 대의 바이올린이 먼저 노래를 꺼냅니다.
잠시 후 다른 바이올린이 그 선율에 응답합니다.
두 악기는 똑같은 말을 반복하는 데 머물지 않습니다.
한쪽이 선율을 길게 펼치면 다른 쪽은 그 주변을 감싸고,
어느 순간에는 서로의 위치를 바꿉니다.
따라가는 듯하다가 앞서고, 앞서는 듯하다가 다시 기다립니다.
네덜란드 바흐 협회는 이 악장을 단순한 화음 반주 위에서 두 독주 바이올린이
서로 얽혀가는 몽환적인 시칠리아노로 설명합니다.
연주자 에밀리 딘스는 이를 두 바이올린 사이의 "영적인 사랑의 칸틸레나"에 비유하기도 했습니다.
이 악장의 아름다움은 화려한 기교보다 관계의 균형에 있습니다.
두 연주자 가운데 누구도 상대를 밀어내지 않습니다.
서로 다른 선율을 연주하면서도 상대의 호흡을 듣고,
함께 하나의 커다란 문장을 완성합니다.
좋은 대화는 말을 많이 하는 데서 완성되지 않습니다.
상대의 문장이 들어올 자리를 남겨두는 데서 시작됩니다.
4. 감상 포인트
1) 어느 바이올린이 먼저 말하는지 들어보세요
선율의 출발점을 따라가다 보면 두 악기의 대화가 훨씬 선명하게 들립니다.
2) 주인공을 한 명만 찾지 마세요
이 곡에서는 제1바이올린과 제2바이올린이 거의 대등합니다.
한쪽이 독주하고 다른 쪽이 단순히 반주하는 구조가 아닙니다.
3) 반주의 흔들림을 느꼅세요.
현악 합주와 통주저음은 크게 자신을 드러내지 않지만,
두 바이올린의 노래가 멈추지 않도록 일정한 호흡을 만들어줍니다.
4) 불협화음이 풀리는 순간을 들어보세요.
두 선율이 가까이 맞닿으며 잠시 긴장을 만들었다가
부드러운 화음으로 풀리는 순간마다 깊은 안도감이 생깁니다.
이 음악은 혼자 조용히 쉬고 싶을 때에도 좋지만,
소중한 사람과 말없이 같은 공간에 머물고 싶은 순간에도 잘 어울립니다.
앞서 감상한 <Liquid Mind V: Serenity>가 경계 없이 펼쳐지는 고요함이었다면,
바흐의 2악장은 그 고요 속에 두 개의 분명한 목소리를 놓습니다.
침묵 다음에 찾아오는 대화처럼 말입니다.
☞ J.S. Bach Concerto for 2 Violins BWV. 1043 2nd 바흐 2대의 바이올린을 위한 협주곡 BWV.1043 2악장 Shlomo Mintz 윤동환
마무리
바흐의 <두 대의 바이올린을 위한 협주곡> 2악장은 사랑을 직접 묘사한 표제음악이 아닙니다.
그런데도 이 음악을 들으면 자연스럽게 두 사람을 떠올리게 됩니다.
서로 다른 목소리를 지녔지만 상대를 누르지 않고,
가까워졌다가 잠시 물러나며 함께 한 방향으로 나아가는 두 사람입니다.
음악은 우리에게 완전한 일치를 들려주지 않습니다.
대신 다름을 유지한 채 조화를 이루는 방법을 들려줍니다.
두 선율은 하나가 되기 위해 자신을 지우지 않습니다.
서로의 목소리를 지켜주며 함께 노래합니다.
그래서 이 2악장은 단순히 아름다운 느린 음악을 넘어,
오래 이어지는 관계가 지닌 가장 평온한 모습을 들려주는 작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