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라퍼 아르날즈 <saman>|두 음 사이에서 우리는 함께가 된다
핵심 내용
- <saman>은 아이슬란드 작곡가 올라퍼 아르날즈가 2018년 음반 《re》에 수록한 약 2분 11초의 피아노곡입니다.
- 아이슬란드어 'saman'은 '함께'라는 뜻이지만, 원곡에서는 피아노 한 대만으로 함께 한다는 감각을 표현합니다.
- 해머와 페달의 작은 소리까지 들리는 밀착 녹음은 연주자가 바로 곁에서 건네는 조용한 위로처럼 다가옵니다.
목차

1. 올라퍼 아르날즈와 《re》
올라퍼 아르날즈(Ólafur Arnalds, 1986- )는 피아노와 현악기, 전자음향을 결합해 활동하는 아이슬란드 작곡가입니다.
<saman>은 2018년 8월 24일 발표된 네 번째 정규 음반 《re》의 세 번째 곡입니다.
아르날즈는 이 음반을 기존의 틀에서 벗어나 여러 음악적 영향을 자유롭게 펼친 작품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음반 전체에는 전자음향과 현악기, 자동연주 피아노 시스템 'Stratus'가 폭넓게 사용됩니다.
그러나 <saman>은 이러한 기술을 과시하기보다, 가까이 녹음된 피아노의 소박한 음색에 집중합니다.
| 구분 | 내용 |
| 작품 | saman |
| 작곡가 | Ólafur Arnalds |
| 수록 음반 | re |
| 발표 | 2018년 |
| 연주 시간 | 약 2분 11초 |
| 중심 악기 | 피아노 |
| 제목의 뜻 | 함께, together |
| 감상 핵심 | 두 성부가 나누는 조용한 대화 |
2. 'saman'은 무슨 뜻일까
아이슬란드어 'saman'은 영어의 'together', 즉 '함께'라는 뜻입니다.
그런데 원곡에는 여러 연주자가 등장하지 않습니다.
피아노 한 대가 짧은 선율과 화음을 주고받을 뿐입니다.
바로 이 점이 제목을 더 흥미롭게 만듭니다.
오른손이 짧은 선율을 건네면 왼손은 낮은 화음으로 그 곁을 지킵니다.
두 성부는 서로를 압도하지 않으며, 한쪽이 말할 때 다른 쪽은 기다립니다.
여기서 '함께'는 많은 사람이 모여 있는 상태가 아닙니다.
같은 말을 하지 않아도
서로의 침묵을 방해하지 않는 상태입니다.
3. 피아노 소음까지 음악이 되는 순간
<saman>의 중요한 매력은 음표 바깥의 소리에 있습니다.
건반이 내려가는 순간, 해머가 현을 때리는 작은 마찰음과 페달이 움직이는 기척,
음이 사라진 뒤 남는 방의 공기까지 들립니다.
Apple Music의 음반 해설도 이 곡에서
가까이 녹음된 업라이트 피아노의 부드러운 음색을 중요한 특징으로 꼽습니다.
이러한 소리는 제거해야 할 잡음이 아니라,
연주자와 악기의 거리를 느끼게 하는 흔적입니다.
완벽하게 정제된 콘서트홀의 피아노가 아니라,
조용한 방에서 누군가 자신을 위해 연주해 주는
피아노처럼 들리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4. 반복되는 음이 지루하지 않은 이유
이 곡에는 화려한 기교나 큰 절정이 없습니다.
짧은 선율과 화음이 조금씩 달라지며 되돌아옵니다.
그러나 반복될 때마다 음의 길이와 여운, 성부 사이의 간격이 미세하게 달라집니다.
같은 말을 다시 하지만 두 번째에는 조금 더 이해하게 되고,
세 번째에는 굳이 대답하지 않아도 되는 대화와 닮았습니다.
핀지의 <Romance>가 여러 현악 성부를 통해 감정을 넓게 펼친 작품이었다면,
<saman>은 그 넓어진 감정을 다시 작은 방과 피아노 한 대 안으로 모읍니다.
그래서 이 곡은 감정을 크게 움직이기보다
마음의 소음을 줄여주는 음악에 가깝습니다.
5. 원곡과 현악4중주판 감상하기
<saman>은 2019년 별도의 현악4중주판으로도 발표됐습니다.
빌토르 오리 아르나손(Viktor Orri Árnason)이 편곡한 이 버전은 약 3분 40초로,
피아노 원곡보다 길고 풍성합니다.
| 피아노 원곡 | 현악4중주판 |
| 한 사람의 내면 독백 | 네 사람이 나누는 대화 |
| 건반과 페달의 실제 감촉 | 현악기의 긴 호흡과 울림 |
| 약 2분 11초 | 약 3분 40초 |
먼저 피아노 원곡을 들으며 음과 음 사이의 침묵을 느껴보세요.
이어서 현악4중주판을 들으면 '함께'라는 제목이 편성의 변화 속에서 어떻게 확장되는지 알 수 있습니다.
<saman>이 말하는 함께함은 거창하지 않습니다.
누군가의 문제를 해결해 주는 것도,
끊임없이 말을 건네는 것도 아닙니다.
그저 떠나지 않고 같은 침묵 속에 머물러 주는 것입니다.
위로는 언제나 좋은 말을 찾는 일이 아니라,
때로는 한 사람의 고요 옆에 조용히 앉는 일입니다.
☞ Ólafur Arnalds - saman (Sunrise Session II / Performance Vide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