윌리엄 알윈 <교향곡 제5번 'Hydriotaphia'> 제4부
윌리엄 알윈 <교향곡 제5번 'Hydriotaphia'> 제4부
- 재 속에서도 사라지지 않는 인간의 존엄을 위한 장송행진곡
핵심 내용
- 윌리엄 알윈의 <교향곡 제5번 'Hydriotaphia'>는 토머스 브라운의 죽음에 관한 산문 《Urn-Burial》에서 영감을 받아 1972-1973에 작곡된 작품입니다.
- 전통적인 4악장 교향곡이 아니라, 약 15분의 단악장 안에 네 개의 구간을 압축한 독특한 형식입니다.
- 마지막 제4부 <Tempo di marcia fumebre>는 죽음을 절망으로만 바라보지 않고, 삶을 마친 인간의 존엄을 장엄하게 되새기는 장송행진곡입니다.
목차
4. 제4부 <Tempo di marcia funebre>

1. 알윈과 마지막 교향곡
윌리엄 알윈(William Alwyn, 1905-1985)은 교향곡과 협주곡, 오페라뿐 아니라 수많은 영화음악을 남긴 영국 작곡가입니다.
그의 <교향곡 제5번>은 1973년 노퍽·노리치 트리엔날레 페스티벌을 위해 영구 예술위원회가 위촉했으며,
초연은 작곡가 자신이 지휘했습니다.
<교향곡 제4번> 이후 14년 만에 완성한 마지막 번호 교향곡이기도 합니다.
| 구분 | 내용 |
| 작곡가 | 윌리엄 알윈 |
| 작품 | 교향곡 제5번 'Hydriotaphia' |
| 작곡 시기 | 1972 - 1973년 |
| 초연 | 1973년 노리치 트리엔날레 페스티벌 |
| 형식 | 단악장, 네 개의 연속된 구간 |
| 전체 연주 시간 | 약 15분 |
| 제4부 | Tempo di marcia funebre |
| 제4부 연주 시간 | 약 5분 40초 |
2. 'Hydriotaphia'는 무엇인가
'Hydriotaphia'는 17세기 영국의 의사이자 철학자·작가였던 토머스 브라운의 책
《Hydriotaphia: Urn-Burial》에서 가져온 제목입니다.
노퍽 지방에서 발견된 고대의 유골 단지를 출발점으로 삼아,
매장 풍습과 죽음, 기억, 인간의 유한성을 성찰한 글입니다.
알윈은 이 작품을 브라운의 '불멸의 기억'에 헌정하고,
네 구간마다 그의 문장을 하나씩 붙였습니다.
제4부에 놓인 문장은 다음과 같습니다.
"Man is a noble animal, splendid in ashes, and pompous in the grave."
우리말로 옮기면 '인간은 고귀한 존재이며, 재 속에서도 찬란하고 무덤에서도 장엄하다'는 뜻에 가깝습니다.
따라서 이 음악은 죽음을 무서운 소멸로 묘사하기보다, 한 인간이 남긴 삶의 무게와 품위를 바라봅니다.
3. 단악장 속 네 개의 장면
이 작품은 음반에 따라 네 개의 트랙으로 나뉘지만,
실제로는 쉼 없이 이어지는 하나의 교향곡입니다.
알윈은 전통적인 4악장 구조를 짧은 단악장 속에 압축하면서도
빠른 악장·느린 악장·스케르초·피날레의 대비를 남겼습니다.
- Moderato - Allegro ma non troppo: 생명의 불꽃과 강한 상승
- Andante sostenuto: 오래된 죽음과 잊힌 시간
- Allegro con fuoco: 불안과 파괴적인 에너지
- Tempo di marcia funevre: 장송행진과 인간의 존엄
네 부분을 연결하는 것은 짧은 다섯 음의 동기입니다.
위로 치솟는 세 음과 반음계적으로 내려오는 두 음이 결합하여,
삶을 향한 의지와 피할 수 없는 소멸을 동시에 암시합니다.
4. 제4부 <Tempo di marcia funebre>
'Tempo di marcia funebre'는 이탈리아어로 '장송행진곡의 빠르기로'라는 뜻입니다.
앞선 스케르초의 거친 에너지가 사라지면, 타악기와 낮은 음역이 무거운 걸음을 만듭니다.
그러나 음악은 처음부터 끝까지 절망에 잠겨 있지는 않습니다.
장송의 행렬이 계속될수록 관현악의 울림은 점점 넓어지고,
짧았던 다섯 음의 동기는 길고 뜨거운 애도의 노래로 자라납니다.
금관과 현악은 마치 죽은 이를 땅속으로 밀어 넣기보다,
마지막으로 높이 들어 올리는 듯합니다.
정점이 지나면 음악은 승리의 환호도, 완전한 비탄도 아닌 조용한 상태로 내려앉습니다.
삶은 끝났지만 그 사람이 남긴 의미까지 사라진 것이 아니라는 듯한 결말입니다.
이 장송행진은 죽음의 공포보다
죽음 앞에서도 지켜지는 인간의 품위를 들려줍니다.
5. 시간대별 감상 포인트
다음 시간은 리처드 히콕스가 런던 심포니 오케스트라를 지휘한 약 5분 43초의 제4부 트랙을 기준으로 한 대략적인 안내입니다.
1) 0:00 - 0:45|앞선 기억의 귀환
강한 관현악 화음과 작은북의 움직임이 앞부분의 긴장을 다시 불러옵니다.
장송행진이 시작되기 전, 지난 삶을 짧게 되돌아보는 순간처럼 들립니다.
2) 0:45 - 2:00|무거운 행렬
낮은 현악과 금관이 일정한 걸음을 만듭니다.
단순히 느린 음악이 아니라, 멈추지 않고 앞으로 나아가는 행진이라는 점을 들어보세요.
3) 2:00 - 3:45|애도의 노래
짧은 동기가 길고 뜨거운 선율로 넓어집니다.
슬픔을 억누르던 음악이 비로소 말문을 여는 구간입니다.
4) 3:45 - 4:55|재 속의 장엄함
관현악의 울림이 커지며 가장 무거운 절정에 도달합니다.
화려하기보다 한 인간의 생을 마지막으로 기리는 장엄함에 가깝습니다.
5) 4:55 - 끝|모호하지만 평온한 휴식
음악은 밝은 결론을 선언하지 않습니다.
다만 긴 행렬이 멀어지듯 고요해지며,
죽음과 평온이 함께 놓인 자리에서 멈춥니다.
☞ Alwyn: Symphony No. 5, Piano Concerto No. 2 & Sinfonietta - 4번째 트랙: Tempo di marcia funebre
☞ 윌리엄 알윈 <교향곡 5번, 'Utdriotaphia'>
Symphony No. 5, "Hydriotaphia"
William Alwyn, Royal Liverpool Philharmonic Orchestra, David Lloyd-Jones · Alwyn: Symphonies Nos. 2 and 5 / Harp Concerto, "Lyra Angelica" · Song · 2005
open.spotify.com
6. 자주 묻는 질문
Q1. 이 곡은 4악장 교향곡인가요?
A1. 정확히는 아닙니다. 전곡은 쉬지 않고 이어지는 단악장이며, 내부가 네 구간으로 구분됩니다. 따라서 <Tempo di marcia funebre>는 '제4악장'보다 제4부 또는 마지막 구간이라고 부르는 편이 정확합니다.
Q2. 장례식을 위해 작곡한 음악인가요?
A2. 특정 인물의 실제 장례식을 위한 곡은 아닙니다. 토머스 브라운의 글을 통해 죽음과 기억, 인간의 존엄을 사유한 교향곡입니다.
Q3. 끝부분은 희망적인가요?
A3. 명확한 환희의 결말은 아닙니다. 슬픔을 없애기보다 죽음을 삶의 일부로 받아들이며, 흔들리는 평온에 도달하는 결말로 들을 수 있습니다.
알윈의 장송행진은 '죽으면 모든 것이 끝난다'거나 '죽음 뒤에는 반드시 구원이 있다'고 단정하지 않습니다.
대신 한 사람이 떠난 뒤에도 그의 삶을 기억하고, 마지막 순간까지 존엄하게 배웅할 수 있다고 말합니다.
그래서 이 곡을 듣고 나면 죽음보다 오히려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라는 질문이 남습니다.
삶의 마지막 걸음이 무겁더라도,
그 사람이 살아온 시간의 가치까지 사라지는 것이 아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