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심 내용
- <Flight from the City>는 아이슬란드 작곡가 요한 요한손이 2016년 발표한 음반 《Orphée》의 첫 번째 곡입니다.
- 피아노의 짧은 반복 위에 현악기와 전자음향이 스며들며, 익숙한 삶을 떠나 새로운 곳으로 향하는 내면의 이동을 그립니다.
- 제목의 '비행'은 급한 탈출이라기보다, 어둠을 통과해 빛으로 넘어가는 느리고 조용한 변화에 가깝습니다.
목차
4. 단편영화 속 <Flight from the City>

1. 요한 요한손과 《Orphée》
요한 요한손(Jóhann Jóhannsson, 1969-2018)은
클래식 악기와 미니멀리즘, 전자음향을 결합한 아이슬란드의 작곡가입니다.
영화 《사랑에 대한 모든 것》, 《시카리오》, 《컨택트》의 음악으로도 널리 알려졌습니다.
<Flight from the City>는 2016년 9월 발표된 《Orphée》의 첫 곡입니다.
약 6분 30초 정도 길이로, 음반 전체의 문을 여는 작품입니다.
| 구분 | 내용 |
| 작곡가 | Jóhann Jóhannsson |
| 수록 음반 | Orphée |
| 발표 | 2016년 |
| 트랙 | 1번 |
| 연주 시간 | 6분 30초 정도 |
| 중심 음향 | 피아노, 현악기, 전자음향 |
| 감상 핵심 | 반복 속에서 일어나는 변화 |
《Orphée》는 오비디우스의 《변신 이야기》에 등장하는 오르페우스 신화와 장 콕토의 영화 《오르페》에서 영감을 받았습니다.
죽음과 재생, 기억과 변화, 어둠에서 빛으로 건너가는 과정이 음반 전체를 관통합니다.
2. 도시를 떠난다는 것
제목을 직역하면 '도시로부터의 비행' 도는 '도시 탈출'입니다.
하지만 음악에서는 누군가가 급히 달아나는 장면이 느껴지지 않습니다.
요한손은 이 음반을 만들던 시기에 코펜하겐을 떠나 베를린으로 이주했습니다.
오랜 관계와 익숙한 생활을 뒤로하고 다른 도시에서 새 삶을 시작한 개인적 변화가
《Orphée》에 일기처럼 쌓였습니다.
그는 음반의 초기 재료를 2009년부터 여러 해동안 조금씩 발전시켰다고 설명했습니다.
따라서 이 곡에서 '도시'는 건물과 거리만을 뜻하지 않습니다.
떠나야 하지만 쉽게 떠날 수 없는 과거,
익숙해서 안전하지만 더는 머물 수 없는 관계와 생활까지 포함합니다.
곡은 "어디로 갈 것인가"보다
무엇을 뒤에 남겨둘 것인가를 먼저 묻습니다.
3. 반복되는 피아노와 현악의 역할
곡은 낮고 조용한 피아노 음형으로 시작합니다.
짧은 선율은 멀리 나아가지 못하고 제자리로 돌아옵니다.
그러나 반복될 때마다 끝부분이 조금씩 위로 향합니다.
요한손은 《Orphée》 전반의 화성에 상승하는 움직임을 넣었다고 밝혔습니다.
같은 진행이 여러 모습으로 변형되며 어둠에서 빛으로 향하는 감각을 만든 것입니다.
현악기는 선율을 화려하게 장식하기보다 피아노 주위에 긴 음을 펼칩니다.
그 사이에서 들리는 미세한 마찰음과 전자음향은 오래된 기억의 흔적처럼 남습니다.
이 곡의 반복은 정지가 아닙니다.
겉으로는 같은 자리에 머무는 것 같지만,
마음은 매번 조금씩 다른 곳에 도착합니다.
변화는 한순간에 일어나는 결심이 아니라,
같은 생각을 되풀이하는 동안 조금씩 방향이 달라지는 과정입니다.
4. 단편영화 속 <Flight from the City>
<Flight from the City>는 영화음악처럼 들리지만,
원래 특정 극영화의 한 장면을 위해 작곡된 OST는 아닙니다.
대신 아일랜드의 영상작가 클레어 랭건(Clare Langan)이
이 곡을 위해 같은 제목의 6분짜리 예술 단편영화를 제작했습니다.
영화는 2015년 3월 아이슬란드 플뤼디르(Flúðir)의 온천에서 촬영됐습니다.
흑백에 가까운 어두운 물속에서
실제 모녀인 트리스탄 그리빈과 어린 딸 릴라 린 아르니가 등장하며,
엄마와 딸 사이의 사랑과 유대, 분리와 변화를
대사 없이 시적인 이미지로 보여줍니다.
피아노의 반복이 시작되면 물속의 두 인물은 하나의 기억처럼 화면에 나타납니다.
현악기가 겹쳐질수록 두 사람의 관계는 단순한 모녀의 모습을 넘어,
우리가 언젠가 떠나보내야 하는 부모와 자녀, 연인과 가족의 관계를 떠올리게 합니다.
어두운 물은 죽음이나 상실의 공간처럼 보이지만,
동시에 생명이 시작되고 몸을 맡길 수 있는 자궁과도 같은 장소로 느껴집니다.
따라서 이 영상에서 '도시를 떠난다'는 제목은 실제 도시 탈출 장면으로 표현되지 않습니다.
누군가와 연결되어 있던 상태에서 서서히 분리되고,
익숙했던 세계를 벗어나 다른 삶으로 이동하는 심리적인 떠남으로 나타납니다.
이 단편영화는 2015년 프랑크푸르트 B3 영상 비엔날레에서 공개된 뒤,
2016년 음반 《Orphée》를 알리는 공식 영상으로 사용되었습니다.
☞ Jóhann Jóhannsson - Flight From The City
5. 구간별 감상 포인트
1) 도입부: 떠나기 전의 망설임
피아노의 짧은 음형을 들어보세요.
음 사이의 넓은 여백 때문에 음악보다 침묵이 먼저 느껴집니다.
2) 초반부: 반복 속의 작은 상승
비슷한 선율이 되돌아오지만 완전히 같지는 않습니다.
마지막 음이 위로 향하는 움직임을 따라가 보세요.
3) 중간부: 현악기가 만드는 기억의 층
현악기가 겹쳐지면서 피아노의 개인적인 독백이 넓은 풍경으로 바뀝니다.
감정은 커지지만 극적으로 폭발하지 않습니다.
4) 후반부: 사라지는 도시
음악은 분명한 승리나 환희에 도달하지 않습니다.
대신 처음보다 가벼워진 호흡을 남기며 멀어집니다.
이 곡은 마음을 억지로 발게 만드는 힐링 음악이 아닙니다.
떠날 준비가 되지 않은 사람에게 서둘러 결론을 요구하지 않고,
한 걸음을 내디딜 때까지 곁에서 같은 문장을 반복해 주는 듯한 음악입니다.
☞ Jóhann Jóhannsson – Flight from the city (liv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