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차
1. Op.117의 탄생 - 브람스의 가장 사적인 고백
- No.1 Eb 장조 - "잠들어라, 마음아"
- No.2 Bb 단조 - "고독의 그림자 아래에서"
- No.3 C#단조 - "잃어버린 시간을 부르는 목소리"

1. Op.117의 탄생 - 브람스의 가장 사적인 고백
브람스는 Op.117을 "가장 사랑하는 작품 중 하나"라고 말했습니다.
이 소품집은 1892년, 그의 말년기 후반에 쓰였으며
대규모 작품이 아닌 "감정의 조용한 기록"을 남기던 시기에 탄생했습니다.
특히 Op.117 No.1은
스코틀랜드 민요 "Lady Anne Bothwell's Lament"의 한 구절에서 영감을 받았습니다.
"잠들어라, 나의 아이야,
슬픔은 너를 해치지 않으리라."
브람스는 이 문장을 곡의 첫머리에 직접 인용하며
이 소품을 "어른을 위한 자장가(lullaby for adults)"라고 불렀습니다.
2. 작품 전체 성격 - 자장가의 세 얼굴
Op.117은 세 개의 인터메초로 구성됩니다.
- 1. No.1 Eb Major - 자장가
- 2. No.2 Bb minor - 고독 속의 위로
- 3. No.3 C# minor - 내면의 긴 사색
세 곡은 모두 조용함·섬세함·서정성이라는 공통된 기조를 갖고 있지만,
그 속의 감정은 각각 다르게 빛납니다.
- No.1: 따뜻한 품
- No.2: 외로운 그림자
- No.3: 깊은 내면의 고독
브람스의 후기 작품 중 가장 친밀하고.
가장 직접적인 감정의 목소리를 담고 있습니다.
3. 각 곡 분석
▶ No.1 Intermezzo in Eb Major, Andante moderato
"잠들어라, 마음아"
- Eb장조의 부드러운 색감
- 왼손에서는 꾸준히 반복되는 "자장가 리듬"
- 오른손 선율은 잔잔한 파동처럼 흔들리며 위로를 건넴
브람스가 직접 인용한 문장처럼,
이 곡은 "어른에게 필요한 자장가"이다.
음악은 단조롭지만 결코 단순하지 않다.
반음계적 움직임, 브람스 특유의 따뜻한 화성,
그리고 절제된 페달링이 만들어내는 잔향이
"감정이 조용히 내려앉는 순간"을 만든다.
▶ No.2 Intermezzo in Bb minor, Andante non troppo e con molto espressione
"고독의 그림자 아래에서"
- 1번의 따뜻함 이후 완전히 분위기가 바뀐다.
- Bb단조의 어두운 울림
- 양손이 끊임없이 교차하며 흐릿한 그림자 같은 질감을 만듦
이 음악은 명확한 슬픔이나 절망의 음악이 아니다.
오히려 감정이 스스로를 숨어서 바라보는,
내면의 뒤편에서 조용히 울리는 고독의 목소리다.
중간부에서는 일시적으로 밝은 색채가 스치며
잠시 위로가 비치지만, 곧 다시 가라앉는다.
브람스의 심리를 가장 잘 드러내는 소품이라고 평가되며,
연주자마다 해석의 폭이 가장 넓은 곡이기도 하다.
▶ No.3 Intermezzo in C# minor, Allegro non assai, ma molto appassionato
"잃어버린 시간을 부르는 목소리"
Op.117의 마지막 곡은
앞의 두 곡과 달리 더 분명한 움직임과 열기가 있다.
C# minor의 선명한 고독
빠르진 않지만 계속 앞으로 끌려가는 리듬
감정이 차곡차곡 쌓이는 진행
이 곡은 브람스 말년 특유의 "감정의 압축"이 잘 드러난다.
드라마틱하지 않지만,
표면 아래 깊은 열기를 품고 있다.
후기로 갈수록
브람스의 음악은 소리를 줄이고,
마음을 더 깊이 기록하려 했다.
이 음악은 그 결론에 가까운 형태이다.
4. 브람스 후기 양식의 서정성
Op.116이 '폭풍과 고요의 공존'이었다면
Op.117은 순수하게 '고요의 세계'이다.
브람스 후기 양식의 특징 중에서도
Op.117은 다음 요소가 두드러진다:
- 짧은 동기지만 깊은 감정
- 과하지 않은 표현
- 쉼과 여백이 중요한 음악적 공간
- 자연스러운 흐름, 무리 없는 선율선
- 페달을 활용한 따뜻한 잔향
브람스가 말년에 지향한 것은
"적게 말할수록 더 깊어지는 것"이었다.
5. 감상 팁 - 세 곡을 한 번의 흐름으로 듣기
1) No.1 → No.2 → No.3 순서 그대로 듣는 것이 가장 좋습니다.
이 세 곡은 독립된 작품이지만, 브람스는 "정서의 흐름"을 하나로 설정했습니다.
2) 각 곡이 끝날 때 잠깐의 침묵을 두세요.
이 소품집은 곡과 곡 사이의 침묵이 중요합니다.
3) 자기 전에, 혹은 생각이 많은 새벽에 어울립니다.
브람스 자신도 이 작품을 "밤의 음악"으로 생각했습니다.
4) 피아니스트 2~3명 이상 비교 청취 추천
👉 Brahms: Intermezzo Op. 117 - Sokolov / 브람스: 간주곡 작품 117 - 소콜로프
👉 Eric Lu – Brahms: 3 Intermezzi, Op. 117: No. 1 in E-Flat Major
👉 Grigory Sokolov - Brahms Intermezzo Op. 117 No. 2
👉 Yuja Wang: Brahms Intermezzo No. 3 in C-sharp minor Op. 117 [HD]
Op.118로 이어지는 깊은 내면
Op.117이 어른의 자장가라면,
다음 작품 Op.118은 인간 내면의 가장 깊은 층을 비춘 소품집입니다.
특히 Op.118 No.2 인터메초는
브람스 소품 중 가장 많은 사랑을 받는 작품이기도 하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