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심 내용
- <Renouncement>는 마이크 호페의 1997년 음반 《The Poet: Romances for Cello》에 수록된 첼로 중심의 작품입니다.
- 영국 시인 앨리스 메이넬의 동명 소네트에서 영감을 받아, 잊으려 하지만 꿈속에서 다시 사랑하는 사람에게 돌아가는 마음을 그립니다.
- 이 곡의 '내려놓음'은 완전하 이별이 아니라, 의지로는 놓았지만 마음으로는 아직 놓지 못한 상태에 가깝습니다.
목차
2 'Renouncement'는 무엇을 내려놓는다는 뜻일까

1. 《The Poet》와 시에서 태어난 음악
마이클 호페(Michael Hoppé)의 《The Poet: Romances for Cello》 는 1997년에 발표된 음반입니다.
수록된 11곡은 각각 한 명의 시인에게 헌정되었으며,
그 시인의 작품에서 영감을 받아 작곡됐습니다.
<Renouncement>는 다섯 번째 곡으로,
영국 시인 앨리스 메이넬(Alice Meynell, 1847-1922)의 동명시를 바탕으로 합니다.
마틴 틸먼(Martin Tillmann)의 첼로가 중심 선율을 맡고,
호페의 건반 편곡이 그 뒤를 조용히 받칩니다.
| 구분 | 내용 |
| 곡명 | Renouncement |
| 작곡가 | Michael Hoppé |
| 수록 음반 | The Poet: Romances for Cello |
| 발표 | 1997년 |
| 영감을 준 시인 | Alice Meynell |
| 주요 연주자 | Martin Tillmann, 첼로 |
| 원곡 길이 | 약 4분 38초 |
| 감상 핵심 | 단념하려는 의지와 되살아나는 그리움 |
2 'Renouncement'는 무엇을 내려놓는다는 뜻일까
'Renouncement'는 우리말로 단념, 포기, 버림 정도로 옮길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 곡에서는 단순히 관계를 끝낸다는 뜻보다,
사랑하는 마음을 스스로 억누르고
그 사람을 생각하지 않으려는 자기 부정과 절제에 가깝습니다.
포기는 대개 마음까지 돌아선 상태를 떠올리게 합니다.
하지만 이 곡의 화자는 마음이 식어서 떠나는 것이 아닙니다.
오히려 너무 선명하게 남아 있기 때문에 그 마음을 감추려 합니다.
그래서 제목을 정서적으로 풀어 옮긴다면 다음과 같습니다.
사랑이 사라져서 놓는 것이 아니라,
사랑하면서도 놓아야 하는 마음.
3. 앨리스 메이넬의 시에 담긴 역설
메이넬의 <Renouncement>는 14행으로 이루어진 소네트입니다.
시의 첫 문장은 "나는 그대를 생각해서는 안 된다"는 단호한 결심으로 시작합니다.
그러나 그 사람에 대한 생각은 푸른 하늘과 아름다운 음악, 기쁨 속에 숨어 끊임없이 되살아납니다.
화자는 낮 동안 온 힘을 다해 그 기억을 밀어냅니다.
시의 흐름은 밤이 되면서 바뀝니다.
잠이 들면 의지라는 옷을 벗어 놓듯 모든 통제를 내려놓고,
첫 꿈과 함께 사랑하는 사람의 품으로 달려갑니다.
이 시의 핵심은 '단념에 성공했다'는 데 있지 않습니다.
잊으려는 의지가 강할수록 아직 잊지 못했다는 사실이
더 분명해진다는 역설에 있습니다.
4. 첼로가 들려주는 말 없는 고백
<Renouncement>에서 첼로는 화려한 기교를 과시하지 않습니다.
낮은 음역에서 조심스럽게 말을 시작하고,
긴 호흡의 선율로 마음속에 숨겨 둔 감정을 드러냅니다.
선율은 앞으로 나아가려다가 다시 머뭇거리고,
높이 오르다가 조용히 내려옵니다.
마치 "생각하지 말아야 한다"고 다짐하면서도
어느 순간 같은 기억으로 되돌아가는 마음 같습니다.
건반 반주는 첼로의 감정을 대신 설명하지 않습니다.
넓은 여백을 남기며,
고백이 너무 격정적으로 흐르지 않도록 붙잡아 줍니다.
앞서 소개한 <The Unforgetting Heart>가 지워지지 않는 기억을 품고 살아가는 마음이었다면,
<Renouncement>는 한 걸음 더 나아갑니다.
기억이 남아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그것을 드러내지 않으려 애쓰는 마음입니다.
5. 두 가지 버전과 감상 포인트
<Renouncement>는 서로 다른 편성의 연주로도 만날 수 있습니다.
| 버전 | 수록 음반 | 특징 |
| 첼로 중심 원곡 | The Poet, 1997 | 고백처럼 가깝고 내밀한 분위기 |
| 관현악판 | Solace, 2003 | 프라하 심포니의 풍부하고 영화적인 음향 |
2003년 《Solace》에 수록된 관현악판은 약 5분 14초로,
원곡보다 넓은 음향과 극적인 상승감을 들려줍니다.
반면 《The Poet》의 첼로 버전은 한 사람의 내면 독백처럼
더 가까이 다가옵니다.
처음에는 첼로 버전을 들어보세요.
선율이 머뭇거리는 순간과 길게 이어지는 호흡에 집중하면 좋습니다.
그다음 관현악판을 들으면,
개인의 가슴속에 머물던 감정이 더 넓은 풍경으로 확장되는 것을 느낄 수 있습니다.
이 곡은 "이제 모두 잊었다"고 말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어떤 마음은 억지로 지우려 할수록 더 깊이 숨어 있다가,
의지가 잠든 순간 다시 돌아온다는 사실을 들려줍니다.
내려놓는다는 것은 기억을 없애는 일이 아니라,
그 기억을 붙잡지 않고 살아가는 법을 배우는 일인지도 모릅니다.
☞ Michael Hoppe 마이클 호페 - Renouncement_ 마이클 호페, 피아노 / 김영민, 첼로
☞ Michael Hoppé - Renouncement - (The Prague Symph Orc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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